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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포에버 후속 2020년 상반기 최고 흥행작카테고리 없음 2022. 6. 10. 03:52
김상중, 마동석, 박해진, 조동혁, 강예원이 나온 <나쁜 녀석들>이 아니다. 박중훈, 주진모, 양익준, 김무열이 출연한 그 후속 드라마는 더욱 아니다. 숀 펜이 나온 옛 고리적의 1983년 영화도 넣어두자. 마이클 베이의 감독 데뷔작이자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의 출세작이자 제리 브룩하이머의 전성기 시대에 나온 액션 코믹 '버디 무비' <나쁜 녀석들>이다. 1995년 1편을 시작으로 8년이 지나 2003년 속편이 나왔고, 무려 그로부터 다시 17년이 지나 올해 초 세 번째 시리즈가 공개됐다. 젊은 두 형사의 날렵한 포스와 쿨한 농담 섞인 농담은 이제 큰아저씨로 변해 말뿐인 노해만담 콤비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신작 개봉이 미뤄졌고 결국 이 <나쁜 녀석들: 포에버> 2020년 상반기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히트한 영화가 됐다.
<나쁜 녀석들: 포에버> 사실 3편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게 아니었다. 2편 성공 이후 2008년부터 속편 기획에 들어갔지만 당시 윌 스미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폭등한 상태였고 폭발성애자로 불렸던 마이클 베이도 변신 장난감 로봇 시리즈에 미쳐 연출할 겨를이 전혀 없었던 상황이었다. 표류하던 프로젝트를 맡은 건 <낙>과 <스모킹 에이스>로 두각을 나타낸 조카 나한이었고, 2부작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지만 결국 그도 물러나 각본 크레딧으로 만족해야 했다. 새로 연출을 맡은 사람은 벨기에 출신의 88년생 아딜 엘알비와 86년생 빌라 팔라 듀오였다. 젊은 피의 수혈로 방황하던 시리즈는 1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오프닝을 기록했고 소니는 프랜차이즈의 반가운 귀환에 4편 제작이라는 발 빠른 환대로 답했다.힙합과 R&B, 라틴과 레게의 마이애미 스타일
<나쁜 녀석들2> 마이클 베이 전매특허 같은 폭발과 큰 스케일, 화려한 편집에 질주감으로 점철됐던 과거와 달리 시간이 많이 흘러 두 아저씨들은 <리셀 웨폰>의 머터프처럼 몸을 사리지만 시그니처 같은 이너서클 'Bad Boys'를 중얼거리며 비꼬는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의 케미는 여전하다. 그리고 그 뒤를 즐겁고, 혹은 감미롭게 받쳐주는 랩과 힙합, R&B가 얽힌 블랙뮤직의 파워도 여전히 위력적이다. <나쁜 녀석들> 1편과 2편의 사운드트랙은 차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탄탄했던 뮤지션들이 버티던 1995년 3월 발매된 1집은 빌보드 200에서 26위까지 오르며 선전했고, 영화 제목과 유사한 '배드보이 레코드'가 처음으로 사운드트랙에 도전해 2003년 7월 발매된 2탄 사운드트랙은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르며 플래티넘 인증을 받아 대히트를 쳤다.
힙합과 R&B, 인더스트리얼이 공존하며 인기를 끌었던 90년대답게 3개 분야의 곡이 적절히 배분된 1편의 영화상 삽입곡은 호평을 받았지만 사운드트랙은 주로 R&B와 힙합에 중점을 뒀다. 아쉽게도 클럽에서 흘러나온 스태빙웨스트워드와 딩크, 펑크밴드 더그의 곡은 제외됐다. 차트에서 인기를 끈 것은 그 시대의 강자 베이비페이스, 다이애나 킹, 워렌지, 노트리아스 빅, 투팍, 키스 마틴 등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수혜자는 앞서 잠깐 언급한 이너써클 동명의 곡 '배드보이즈'였다. 발표 당시보다 93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시리즈 더 컵의 주제송과 잇단 나쁜 놈들로 인해 이 레게 곡은 불멸의 생명력을 얻었고 아이러니하게도 경찰을 상징하는 곡이 되고 말았다.블랙뮤직의 진수가 담긴 사운드트랙
그리고 두 편의 사운드트랙을 언급한 것은 당시 가수나 프로듀서에서도, 또 사업가로서도 가장 전성기를 누렸던 P.대디, 바로 퍼프대디였다. 제이지와 넬리, 스눕 독, 저스틴 팀버레이크, 비욘세, 팻 조, 메리 제이 브라이즈, 룬, 포렐 윌리엄스, 레니 클라비츠, 사후 비기와 50센트, 디안젤로 등 그야말로 올스타급을 총동원시킨 이 앨범은 작심하고 만든 블랙 뮤직 사운드트랙의 탁월한 예로 들며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평가가 좋지 않았던 영화만큼 퍼프대디의 악곡도 성행했지만 너무나 탄탄한 음악적 완성도와 압도적인 아티스트들의 향연에 누구도 그 음악을 거부하기 어려웠다. 이 가운데 제이지의 'La-La-La'와 넬리와 퍼프대디, 머피 리가 함께한 'Shake Ya Tailfeather'는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하며 그래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3편의 사운드트랙을 총괄한 것은 DJ카 리드다. 그는 정육점에서 일하는 무기상으로 영화에 직접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워낙 쟁쟁한 두 편이나 한 편 정도는 아니지만 블랙뮤직과 최근 대세처럼 떠오른 라틴 뮤지션들을 적절히 혼합해 마이애미 현재의 스타일을 들려준 솜씨는 인정할 만하다. 블랙 아이드 피스와 믹 밀, 피트블, DJ 듀렐, 그리고 칼리드와 남다른 릭 로스 등 네임 밸류 있는 힙합 장면과 라틴 뮤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니키 잼과 J 발빈, 현재 자메이카 레게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부주 번튼 등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한 사운드가 화려한 액션과 코미디 사이에 수놓여 있다. 게다가 1편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윌 스미스의 아들 제이든 스미스가 아버지의 영화 사운드트랙에 참여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보면 세월의 무상함마저 느껴진다.짐머 사단이 거쳐간 <나쁜 녀석들> 영화음악
마크 맨시나
트레버 라빈
론 발프 사운드트랙 못지않게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한스 짐머의 원격제어 프로덕션 작곡가들이 참여한 점수였다. 전통적으로 <나쁜 녀석들> 프랜차이즈는 짐머 사단이 번갈아 영화 음악을 담당했다. 한스 짐머가 처음 영화음악 창작집단인 '미디어벤처'를 설립했을 때 창립 멤버였던 마크 맨시나가 1편을 맡았고,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한스 짐머나 마크 맨시나와 인연이 있는 록밴드 '예스'의 기타리스트 출신 트레버 라빈이었다. 그리고 두 편의 추가 음악을 담당한 스티브 자블론스키는 이때부터 마이클 베이의 전담 영화음악가가 돼 베이의 감독 작품과 플래티넘 듀스 제작 영화에서 활약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 편의 음악을 맡은 것은 현재 짐머 사단 중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론 발프가 맡았다.
<나쁜 녀석들> 마이애미 분위기를 풍기고 레게 사운드를 도입한 한 편의 팝에서 스타일리시한 스코어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메인 테마는 사운드트랙에 포함돼 큰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그 신나는 배경음악 때문에 사운드트랙을 산 팬들이 맨시나의 점수가 너무 적어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는 바로 전해진 <스피드>의 음악을 매우 잘 들었고, 자신이 제작할 차기 액션 영화의 작곡가로 그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대중음악을 한 경험이 풍부한 맨시나의 스코어는 탁월한 멜로디 감각 때문에 당시 상당히 인기를 끌었지만 앞서 언급한 <스피드>를 포함해 <아사신>, <트위스터>, <머니트레인> 등은 그 감각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나쁜 녀석>은 그 정점에 작곡된 작품으로, 이후 '진마레스트'라는 획일화의 낙인이 찍히기 전 개성 있는 색채감을 갖고 있다.
<나쁜 녀석들2> 다만 저예산 액션 코미디였던 1편과 달리 2편은 제작비가 7배 이상 커진 블록버스터로 감독과 제작진은 마크 맨시나의 스타일이 영화의 스케일이나 중량감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창작 견해상 마크 맨시나가 물러나고 대신 맨시나와 작업을 해보고 꾸준히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영화에 참여한 트레버 라빈을 중심으로 스티븐 더 브론스키와 해리 그렉슨윌리엄스 등 당시 짐머 사단의 신예로 재편되면서 록킹하고 일렉트릭 요소가 강해진 전형적인 짐머리스코에서 완성됐다. 하지만 전편만의 인장처럼 작용하던 레게 스타일이 강해진 채 과도한 스케일과 파워에 집중한 몰개성적인 액션 스코어링은 음악적 재미를 전혀 주지 못했다는 혹평의 융단 폭격을 받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더 강해진 론 발프의 액션 음악
론 발프 이번 3편의 음악을 맡은 론 발프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평가는 좋지 않았던 2편의 절차를 거치지 않겠다는 듯 1편의 마크 맨시나가 작곡한 메인 테마와 스타일을 최대한 가져와 자신만의 액션 스코어로 재편하고 <터미네이터: 제네시스>와 <미션 임파서블: 풀아웃>의 좋은 전례에 따라 탁월한 액션 스코어를 들려준다. 멘토로 유명한 한스 짐머가 버티고 있으며 제임스 뉴턴 하워드, 클린트 맨셀, 맥스 리히터 등과도 공동 작업을 해보고 원격제어 소속으로 유명 프랜차이즈와 거장들의 작품을 경험하며 노련한 감각이 덧입혀진 론 발프는 전형적이고 동어 반복적인 짐머리스크에서 발을 빼고 기존 주제가 가진 매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을 들려준다.
<나쁜 녀석들>
<나쁜 녀석들: 포에버>에 따라 1편의 인장 같았던 레게 사운드의 메인 테마를 그대로 가져와 1편의 음악에 참여한 닉 구라니 스미스를 데려와 지휘를 맡기고 그 분위기를 살리되 라틴색이 물씬 풍기는 퍼쿠션과 기타, 코러스를 대동해 2020년식 업데이트를 더한다. 또한 <콜 오브 듀티: 모던 어페어2>와 <클라이시스2>, <어쌔신크리드3> 등 다양한 게임과 <레고 배트맨 무비>, <13시간>, <퍼시픽림: 업라이징>, <제미니맨> 등 다양한 액션 영화에 참여한 감각을 총동원해 박진감 넘치고 호쾌한 멋을 선사한다. 이런 지점은 오리지널 작곡가 마크 맨시나가 함께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을 금세 날려버릴 정도다. 늙었음을 자각하는 캐릭터들의 푸념을 비웃듯 빠르고 짜릿한 론 발프의 나쁜 녀석들: 포에버 음악은 다음 회에도 계속될 것 같다.사운드트랙스 영화 음악 애호가